전기차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자동차 강국이 있습니다. 두 나라는 각각의 기술력과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기술적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산업을 배터리 기술, 충전 인프라, 정부 정책 측면에서 상세히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배터리 기술: 한국은 속도, 일본은 안정성
한국과 일본 모두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접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를 중심으로 고출력, 빠른 충전, 고밀도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 있으며,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제조사와 협업해 대규모 공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각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반면, 일본은 토요타와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집중하며
안전성과 수명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조기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충전 안정성과 온도 제어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며, 배터리
폭발이나 화재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요타는 2020년대 중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회 충전 시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공언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대량 생산과 성능 향상에, 일본은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면서 서로 다른 기술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의 산업 기반과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지켜볼 부분입니다.
충전 인프라: 한국은 속도, 일본은 효율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대중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한국은 정부 주도 하에
빠르게 고속충전기 확대에 나서면서, 전국 주요 도로망과 도심 중심으로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26,000기의 공공 및
민간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중 약 4,000기는 100kW 이상의
고속충전기입니다. 특히 현대차의 'E-Pit' 초고속 충전소는 350kW 출력으로 2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해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한편, 일본은 충전 인프라 확장보다는 에너지 효율성과 사용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본은 도심과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저속충전기를 전략적으로
설치해, 주차 시간과 충전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동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충전기는 약 30,000기 이상으로 수치상 한국보다 많지만,
대부분은 저출력(6~50kW)의 AC 충전기입니다. 이는 전기차 사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충전 중심’보다 ‘생활 속 충전’이라는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CHAdeMO라는 독자적 충전 규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표준화
측면에서 제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반면 한국은 CCS2 규격을 채택하여 유럽,
미국과 호환되는 방향으로 충전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어, 해외 전기차 모델
수용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책 차이: 한국은 보조금, 일본은 세제 혜택 중심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정부 주도의 전기차 보급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과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2025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운영 중입니다. 전기차
1대당 최대 700만 원의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별 최대 400만 원까지 추가
지원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충전기 설치 지원, 자동차세 감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도 포함되어 있어 전기차 구매 장벽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반면 일본은 직접적인 보조금보다는 세금 감면과 친환경 인증제도를 중심으로 한
간접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친환경차 구매 시 취득세,
등록세, 중량세 등을 최대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고 있으며, ‘에코카 인증’을 받은
차량은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구매 시 충전 인프라
설치 보조금도 일부 제공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지원 규모는 한국보다
제한적입니다.
또한 한국은 국산 전기차에 대한 우대 정책을 운영하면서 내수 시장을 보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일본은 자국 브랜드 중심의 내수 시장 안정화를 우선시하며 외산
브랜드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차이는 전기차 보급
속도와 모델 다양성 측면에서 양국의 시장 형태를 달리 형성하고 있습니다.
결론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산업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욱 뚜렷합니다. 배터리 기술은
한국이 성능 중심, 일본은 안전성 중심으로 발전 중이며, 충전 인프라와 정책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 소비자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전기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이라면 이러한 국가별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기술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될 것입니다.
